시코쿠 88개소 영장

시코쿠 헨로(四国遍路)는 카가와, 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4개현으로 구성하는 시코쿠 지방 일대의 일본 진언종의 고승, 홍법대사 쿠카이(空海)와 연관된 시코쿠 내88개소의 영지를 순례하는 총 1,400㎞에 달하는 장대한 순례길이다. 시코쿠 헨로의 기원은 1200년 전부터 쿠카이가 행했던 자연과의 동화를 도모하는 ‘산림수행(山林修行)’과 나라시대의 대자연의 험한 곳을 다니며 고행을 통해 몸을 청결케 해 공덕을 쌓는 ‘정행(浄行)’, 그리고 헤이안 시대에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산과 바다의 험난한 곳을 순례하는 ‘변지수행(辺地修行)’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누키국(현재 카가와현)에서 태어나 시코쿠 지방에서 깨달음을 얻은 쿠카이는 당나라에서 밀교를 배워 불교의 세계관을 일본에 전파하였다. 사후에는 홍법대사로서 숭상받게 되자 가마쿠라 시대에 대사의 유적지을 도는 수행이 시작되었고 이후 ‘시코쿠 헨로’라 불리우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홍법대사의 법력이 높아지자 에도 시대까지 다양한 종교 종파 88개소의 후다쇼(札所, 순례지 번호가 부여된 사찰)가 정해짐과 동시에 모든 후다쇼에 대사당이 건설되었고 순례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시코쿠 헨로는 가장 발전되고 서민화된 일본의 전통 순례의 완성형이다.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 수행과 순례 중인 승려에게 공양하는 ‘오셋다이(접대)’이며, 시코쿠의 살아 있는 문화 중 하나이다.